5화 공허한 경쟁
아리사카는 다음 날, 곧바로 교사 뒤 숲으로 가서,
붉은 리본이 달린 나무를 찾기 시작했다.
아리사카 : 가지에 붉은 리본이 달린 나무…….
……뭔가가 묶여있는 나무는 몇 그루 있어.
저 나무에는 조금 색이 남아있나……?
비바람을 맞아 퇴색되어버린 것인지,
나무에 묶은 끈 종류는 그다지 색이 없는 것들 뿐이었다.
아리사카 : ……옅은 붉은색이다.
우선은 여기를 파 볼까…….
아리사카는 삽으로 나무 뿌리를 파 보았다.
하지만, 딱딱한 감촉에 부딪히는 느낌은 없고,
커다란 유충이 고개를 내밀 뿐이었다.
아리사카 : ……단백질이다.
하지만, 아리사카는 충분히 식사를 보충하고 있으니까 필요없어.
이 나무는 갉아먹은 솔방울이 뿌리에 많이 떨어져 있어…….
다람쥐가 먹은 흔적이다.
……리본을 다람쥐가 가져갔을지도 몰라.
아리사카는 신경쓰이는 나무를 발견하면, 그 뿌리를 파 보았다.
하지만──.
아리사카 : ……아무 것도 없어.
아리사카 : ……다녀왔다.
마스터 : 어서 와.
무라타 : 오오, 아리사카……!
오늘도 늦었구먼. 재밌는 거라도 찾았나?
아리사카 : 재밌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거다.
무라타 : 중요하다, 라…….
아리사카가 그렇게 생각하는 걸, 이 몸에게 가르쳐줄 순 없겠나?
신경이 쓰여서 말일세…….
그럼, 내일도 나갈 거라면, 이 몸도 함께 가도 되겠나.
아리사카 : 이건 아리사카와 아리사카의 친구와의 비밀이다.
무라타에게는 가르쳐 줄 수 없어.
무라타 : 으음……그런가…….
아리사카 : 아리사카는 목욕하고 잘게.
무라타 : 아, 그래……, 푹 쉬도록 하려무나.
……친구, 라…….
하치큐야, 어떻게 생각하나?
하치큐 : ………….
……에, 뭐라 했어?
무라타 : 그대…….
하치큐 : 아야야야야야……!
왜 코를 꼬집는 거야……!
무라타 : 이런, 미안미안. 손이 멋대로…….
인간의 몸이란 신기한 것이로군.
홋홋호.
하치큐 : 완전 거짓말이잖아 그거!
무라타 : 그래서,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나.
아리사카는 이 며칠, 휴식 시간과 방과 후 모두 어디론가 가지.
그리고, 흙을 묻혀서 돌아오지 않나.
다친 것 같진 않으니 다행이지만……
새 친구란 놈은 아리사카에게 무얼 시키고 있는 거지?
하치큐 : 글쎄…… 숲에서 술래잡기라도 하는 거 아냐?
그보다, 그렇게 아리사카가 걱정된다면,
몰래 미행이라도 해서 확인해보는 게 어때?
그렇게 얼른 안심하고,
나한테 화풀이하는 것 좀 그만 해…….
무라타 : ……지금, 뭐라고?
하치큐 : 아무것도 아님다!
무라타 : 아니야, 무슨 말을 한 건지 묻고 있는 걸세.
하치큐 : 에…… 걱정되면 미행이라도 해서
내게 화풀이하는 걸 그만둬 달라, 고…….
무라타 : ……흠.
──다음 날.
공휴일로 한 주의 절반이 쉬는 날이 었기에,
아리사카는 하루종일 편지를 찾기 위해, 아침부터 나가기로 했다.
아리사카 : 나갔다 올게.
아리사카는 밤에는 돌아올 거야.
무라타 : 그래, 조심하려무나.
이 몸은 그대가 돌아오기를 느긋히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아리사카 : ………….
무라타 : ……좋아, 가자, [마스터].
행동개시일세!
마스터 : 진짜로 미행할 거야!?
무라타 : 물론이지.
아리사카의 위기를 앞에 두고 그저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네……!
기숙사를 나간 아리사카는 평소처럼 숲을 향하려 했다.
아리사카 : (……누가 따라오고 있어…… 무라타다.
아리사카를 추적할 셈인가)
무라타를 떼어내려고 아리사카는 방향을 바꾸어 마을로 향했다.
길거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좀처럼 무라타의 기척이 끊어지지 않았다.
아리사카 : (……좀처럼 포기해주지 않네. 그렇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아리사카는 좁은 뒷골목으로 향했다.
무라타 : ……아무래도 들킨 것 같군.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지.
분명, 이 앞은 막다른 길…….
이 몸을 따돌릴 생각이었겠지만,
아직 마무리가 허술하구나.
무라타가 막다른 길을 엿보자, 뒤돌아본 아리사카와 눈이 마주쳤다.
다음 순간, 아리사카는 담장으로 점프하더니,
지붕으로 뛰어올라 달리기 시작했다.
무라타 : 뭣……!
기다리거라, 아리사카……!
[마스터]야!
그대는 그대로 지상으로 가게나!
무라타도 지붕 위로 점프하여, 지붕에서 지붕을 타고
건너뛰며 도망가는 아리사카를 쫓아갔다.
그라스 : 하아……!
왜 내가 지붕 수리같은 걸 해야하는 건데……!
젠장……!
아리사카 : ……읏.
그라스 : 읏!? 저 녀석은……아리사카!?
왜 지붕 위를 달리는 거야?
무라타 : 홋!
그라스 : 이번엔 무라타냐!
아리사카 : ………….
무라타 : 음, 그쪽은 시장 쪽──
사람이 많은 시장에서 나를 따돌릴 셈인가? 재밌군……!
그라스 : 뭐……뭐였지……?
무라타 : 홋홋호, 정말이지……
술래잡기를 하게 될 줄이야.
아리사카는 진심으로 내게서 도망칠 셈인가 보군.
몰이를 하기에는 가엾지만, 물러날 순 없지……!
다음 지붕으로 무라타가 뛰어 넘으려던, 그 때──
무라타 : 영차……아니, 호와아아아아앗!?
갑자기 새떼가 눈앞에 나타나,
무라타는 발이 미끄러져 낙하해버렸다.
무라타 : 으으……무슨 일인지…….
하지만, 아프지 않아…… 폭신폭신하군.
오오, 침구 노점에 떨어진 건가.
이 몸은 참으로 운이 좋구나.
선택지
- 무라타!
- 괜찮아!?
무라타 : 오오, 마스터.
보는대로 나는 문제 없다네.
하지만, 아리사카를 놓쳐버렸군…….
하아아, 이거 실패해버렸구먼…….
점주 : 이봐이봐! 당신은 문제 없어도 우린 엄청 많거든!
어떻게 해 줄 거야!?
무라타 : 미, 미안하네……! 바로 정리하지!
아리사카 : ……후우…….
무라타 일행을 따돌린 아리사카는
사관학교로 돌아가 편지 찾기를 재개했다.
몇 그루의 나무 뿌리를 파 보았지만, 계속해서 꽝이었다.
그 때, 너덜너덜해진 햐안 끈이 묶인 굵은 나뭇가지가
꺾여서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리사카 : 이건, 이 나무의 가지일까.
하얀색으로 보이지만, 일단 파 볼까…….
그건 시든 지 오래됐는지 풍화된 나무였다.
나무뿌리에서는 새 나무가 싹을 틔우고 있었다.
아리사카 : ……!
편지……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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