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약속

 

──무라타의 걱정이 악화되고 있던 때,

아리사카는 케빈이 있는 곳을 찾았다.

 

 

아리사카 : 케빈,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케빈 : 그렇네─.

오락이 적은 사관학교에서 고조되는 화제라고 하면……

역시, 연애 토크! 지!

 

아리사카 : ……연애…….

 

케빈 : 응?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네.

아리사카에게는 소중한 사람은 없어?

 

아리사카 : 소중한 사람……?

 

케빈 : 으음─, 이 사람이 없으면 죽어버릴 거야!

……같은, 생각이 드는 사람.

 

아리사카 : ……그거라면…….

어제 설명했지만, 아리사카는 귀총사다.

마스터가 없어지면, 아리사카는 총으로 돌아가버려.

그러니, [마스터]는 아리사카의 소중한 사람임에 틀림없어.

하지만, 연애라는 것에 해당하는지는 모르겠어.

 

케빈 : 앗─, 귀총사란 건 그런 거구나……!

미안미안, 말투가 안 좋았을지도 몰라!

마스터 이외에……!

같이 있으면 즐겁고 가슴이 따뜻해지고,

문득 얼굴이 떠오르는 상대──라면, 어때?

 

아리사카 : 그거라면……무라타려나.

 

케빈 : 오, 드디어 이름이 나왔네!

그 무라타는 어떤 녀석이야?

 

아리사카 : 무라타는, 무라타다.

 

케빈 : 아하하! 또 그 대답인가─.

뭐, 됐나.

그 무라타랑 좋은 느낌이 되지는 않아?

단 둘이 되고 싶다던지,

어쩐지 상냥하게 대해준다던지.

 

아리사카 : 무라타는……아리사카를 귀엽다고 자주 말해줘.

성격이 급한건 좋지 않지만 상냥하고 잘 챙겨주지.

그리고, 군고구마도 절반을 나눠주지만,

아리사카는 베니호노카보다 베니아즈사가 더 좋다.

그렇게 말했더니, 무라타는 쇼크를 받았어.

 

케빈 : 아하핫! 그거 굉장히 좋잖아!

그린라이트잖아!

무라타라는 녀석, 정말로 아리사카를 좋아하는구나!

 

아리사카 : ……? 좋아해?

케빈은 왜 그렇게 생각하지.

 

케빈 : 그야, 귀엽다고 말해주고, 상냥하고 잘 챙겨주잖아?

싫어하는 녀석에게 그런 짓은 안 하지!

그리고,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녀석과 공유하고 싶잖아!

취미가 같으면 기쁘고, 양보할 수 없는 것이 부딪히면 쇼크를 받기도 하고.

……거 봐!

그러니까 무라타는 아리사카를 좋아하는 게 틀림없어!

……그래서, 그 무라타라는 애, 귀여워? 미인 타입?

성격이 급하다는 건 기가 센 타입인가~?

뭐, 사관학교 여자들은 터프할 것 같지만.

 

아리사카 : ……? 무라타는 귀총사인데.

 

케빈 : 뭐야~!

 

아리사카 : (그러고보니……어째서 무라타는

아리사카를 귀여워하려 하는 거지……)

 

케빈 : 저기저기, 이번엔 내 얘길 들어줘!

초~로맨틱한 내 연애담♪

 

아리사카 : 그래, 들을게.

 

케빈 : 내가 좋아하는 아이……에밀리라고 하는데,

마을에 있는 여학교와의 교류회에서 만난 아이거든.

상냥하고 귀여워서……난 첫눈에 반해버렸어!

겨우살이 아래에 있는 여성은 키스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하잖아?

나와 에밀리가 크리스마스 마켓에 갔을 때,

그녀가 겨우살이 아래에 서서……둘이서 웃고는, 키스했어.

로맨틱하지 않아?

……하지만, 내가 이런 상태가 되고 난 후로는 계속 만나지 못해서…….

제대로 마음을 전하고 싶어.

 

아리사카 : ……아리사카는 케빈의 병이 빨리 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케빈 : ……고마워, 아리사카!

그래서, 한 가지 부탁이 있어.

중요한 부탁이고, 아리사카라면 신뢰할 수 있으니까 말할게!

 

아리사카 : 뭔데?

 

케빈 : 나, 그녀에게 러브레터를 쓰고는 교사 뒤 숲에 있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 묻었어.

통 안에 넣어서 말이야.

병이 나으면 그녀에게 전해주러 가려 했는데…….

그게, 에밀리는 매력적이니까, 늦장부릴 순 없잖아?

그러니까, 아리사카가 대신 전해주었으면 해.

 

아리사카 : ……아리사카가?

하지만……아리사카로서는 에밀리가 무서워할지도 몰라.

 

케빈 : 괜찮다니까! 에밀리는 그런 애가 아니니까.

내 소중한 친구에게 심한 말을 하지 않아! 절대로!

 

아리사카 : ……!

 

케빈 : 부탁해! 이렇게……!

 

 

고개를 숙으며 부탁하는 케빈의 표정은

평소처럼 까부는 인상이 아닌, 진지한 것이었다.

 

 

아리사카 : ……알았어.

아리사카가 에밀리에게 케빈의 편지를 전할게.

 

케빈 : 고마워……! 약속이다!

그래그래, 편지를 붇는 나무의 표식 말인데…….

가지에 붉은 리본을 감아두었으니까, 알 수 있을 거야.

 

아리사카 : 알았다. 바로 찾아서──

 

케빈 : 앗─, 기다려 기다려!

오늘은 이미 어두워졌으니까, 찾는 건 내일이야.

 

아리사카 : 알았다.

무라타와 하치큐가 도와준다면, 바로 찾을 수 있겠지.

빠르면 내일이나 모레쯤에 전해주러 갈 수 있을 거야.

 

케빈 : 그, 그것도 조금만 기다려……!

이 일은 나와 아리사카만의 비밀로 해 줬으면 해.

 

아리사카 : 왜지? 편지를 빨리 전해주고 싶잖아?

 

케빈 : 그렇긴 하지만…… 모두에게 러브레터를 찾게 하다니,

조금 부끄럽잖아?

 

아리사카 : 그런 건가……?

알았다.

편지는 아리사카 혼자서 찾도록 할게.

 

케빈 : 응, 고마워……!

믿고 있어, 아리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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