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기총의 마음

 

 

짓테 : (사실은 총으로 사용되었던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귀총사로 깨어날 수 있었던 건지, 이상하기 짝이 없네……)

(하지만, 그 때 사실을 말했더라면, 나는 바로 총으로 되돌려졌을지도 몰라……)

(언젠가 총으로 돌아간다 해도,

이런 내가 귀총사로 깨어난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된 후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는데……)

……싸우지 않으면, 정말로 식충이가 되어버리지.

우선, 시험 사격이라도 해 볼까…….

 

 

──탕!

 

 

짓테 : 우옷……!

손이 이렇게나 흔들리는 건가.

……아니, 이런이런…….

10미터도 안 떨어져 있는데, 과녁에 간신히 맞추는 정도라니.

하하…….

정말로, 지근거리가 아니면 쓸 수가 없겠네.

(이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내역을 들키는 것 이전에 전력 외 통보를 받게 될 처지잖아……)

아니아니, 약해지지 마……!

내가 총으로서는 체포하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

하지만, 이렇게 귀총사로서 깨어난 것 또한 사실.

분명히 뭔가 사명이 있을 거야……

좋아, 결정했어!

나는 나의 정의를 따르겠어……!

[마스터] 군의 도움이 되어서 정의를 이룩하는 거야!!


짓테 : ──라면서, 뭐어…….

그렇게 지금까지 모두에게 거짓말을 해 왔어.

하지만, 더는 견딜 수가 없어.

나는 가짜야.

제대로 된 총도 아니거니와,

총으로 개조되었기에 원래의 짓테도 아니게 되어버린 어중간한 물건……

[마스터] 군의 귀총사로 존재할 자격따윈 없어…….

 

키세루 : ………….

 

짓테 : ……면목없어.

우연히 만난 것 뿐인데, 답답한 얘기를 듣게 해 버려서…….

 

키세루 : ……조금, 내 얘길 할까.

 

짓테 : 에……?

 

키세루 : 무얼, 별 것 아닌 옛날 얘기야.

편하게 들어줘.

……나는 원래, 에도부터 메이지에 걸쳐 임협이 사용했지.

그후로 레지스탕스 지원을 위해 해외로 보내져서,

레지스탕스 특별 지부에서 귀총사가 된 거야.

그런데 말야, 그 때는 웃음이 날 정도로 나약했거든!

한심한 내가 최고로 싫었지.

 

짓테 : 나약하다고!? 키세루 군이?

 

키세루 : 그래, 맞아. 이 선글라스를 벗으면 나는 곧바로 나약한 나로 돌아가버려.

……이 사실은 발설 금지다?

 

짓테 : 그, 그래……알았어.

하지만, 선글라스 하나로 강해지는 거야……?

 

키세루 : 이건 평범한 선글라스가 아니야.

레지스탕스 때의 마스터가 준, 소중한 물건이지.

마스터는 약한 나도 강한 나도, 둘 다 나라면서 인정해 주었거든.

그러다보니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생기고,

선글라스가 없는 내게도 조금은 자신이 생겼어.

시간을 들여 조금씩 성장했다는 거지!

 

짓테 : ………….

 

키세루 : 저번에도 잠깐 말했었는데……

세계제와의 싸움이 끝나고 얼마쯤 지났을 무렵,

와시가사키 파가 나의 반환을 요청했다고 해.

조직과 가부키쵸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나를 다시 귀총사로 깨우고 싶다면서 말이야.

전 레지스탕스의 동료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어.

……그렇게 나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거지.

두목은 천방지축이지만 큰 꿈이 있어.

현재 일본에서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임협'의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찾고 싶다는 꿈이!

어때, 시원시원한 사람이지!

나는 두목의 꿈을 이뤄주고 싶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지금의 나는 레지스탕스 때와 달리 절대고귀가 되지 못 해.

너와 마찬가지지.

중요한 때에, 뜻대로 두목의 힘이 되어줄 수 없는, 예전의 빛을 잃어버린 귀총사지만……

그럼에도, 두목은 나를 인정해주었어.

내게는 임협의 마음이 있어……라면서 말이지!

총인게 뭐? 짓테인게 뭐? 귀총사인 게 뭐가 어떻다는 건데!?

중요한 건 네놈의 마음이잖아!

 

짓테 : 아…….

 

키세루 : ……있잖아, 짓테.

네 마스터는 네가 짓테로서 만들어졌는지, 총으로서 만들어졌는지, 둘 중 어느 쪽이 먼저인지,

그런 사소한 일로 너를 내던질 녀석이야?

 

짓테 : 아, 아니야……!

하늘에 맹세코, [마스터] 군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키세루 : 핫, 알고 있잖아!

자신을 비하하는 마음은 아플 정도로 잘 알지만, 짓테.

너를 소중히 여기는 녀석이 있잖아.

더 마스터를 신뢰하라고!

네가 너를 비하하면 마스터가 슬퍼해.

이런 곳에서 우물쭈물하지 말고, 제대로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고 와!

그런데도 아직 마음에 안 든다면,

내가 직접 한 발, 굉장히 따끔하게 호통을 쳐 줄게!

 

짓테 : 웃……, 그건 사양해둘게…….

하지만, 고마워, 키세루 군.

덕분에 머릿속의 안개가 개인 것 같은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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