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배신자

 

 

기지 내에 잠입한 암살부대를 격퇴한 후,

극소수의  인원으로 긴급회의가 열리게 되었다.

 

 

에르메 : 너희들 덕분에 암살부대를 신속히 정리할 수 있었어. 고마워.

 

라이크 투 : 그거 고맙다.

작전은 모레인데……상처는 괜찮아?

 

드라이제 : 이미 율리시즈 소령의 힘으로 치료했다.

작전에 지장은 없다.

 

에르메 : 문제는…….

 

병사1 : 실례하겠습니다!

 

병사2 : 암살부대 침입을 이끈 내통자를 발견하여, 연행해왔습니다!

 

스파이 : 큭……!

 

 

병사들에게 끌려오다시피하여,

독일 지부의 군복을 걸친 한 병사가 드라이제 앞에 내던져졌다.

드라이제는 진노와 실의의 표정을 지으며, 그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드라이제 : 네놈……어째서 나라와 동료를 배신하는 짓을 한 거지!

네놈은 나라를 지키겠다 맹세하고 군에 들어왔을 거다!

그것을, 왜 배신했지……!

 

스파이 : ……네 말은 이상에 지나지 않아!

사실은 다들 세계제시대 때가 풍족하고 좋은 시대였다고 생각한다고!

 

드라이제 : 세계제, 라고……?

 

라이크 투 : ……친세계제파 인간인가.

 

스파이 : 우리 가족은 원래 세계제군에 있었어.

당시에는 유복했지만, 혁명전쟁 이후에 박해를 받아, 각지를 전전하면서……생활은 곤궁해졌어.

나는, 먼 친척의 이름을 빌려, 어떻게든 군의 일을 할 수 있게 됐지만……

내 벌이만으로는, 그저 사는 것만으로도 벅차!

그럼에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포기했지만, 아웃레이저를……

저 강병을 거느릴 수 있다면, 우리는 다시 세계를 지배할 수 있어!

그리고 그 시대를, 다시 되찾을 수 있어!

그걸 위해……!

 

병사1 : 이 자식……! 닥쳐라, 이 배신자가!

 

스파이 : 큭……!

 

병사2 : 내 가족은 세계제군에게 살해당했다!

너희들은 당연한 죗값을 치르고 있는 거잖아!

 

병사3 : 뭐가 풍족하고 좋은 시대야!

내게는 그런 거 없었다고!

 

 

스파이를 제압하고 있던 병사들이 격분하여 스파이의 멱살을 잡고 때렸다.

드라이제는 그 광경을 노려보듯 바라보았다.

어떠한 충동을 참듯, 주먹을 부들부들 떨면서.

 

 

병사1 : 드라이제 특별사령관님!

배신자에 대한 처분을!

 

병사2 : 명령을!

 

드라이제 : ……!

 

 

병사들이 드라이제에게 다가간 순간──

살짝 구속이 느슨해진 틈을 놓치지 않고,

스파이가 병사의 서바이벌 나이프를 빼앗았다.

 

 

라이크 투 : 큰일이다……!

 

스파이 병사 : 죽어라! 드라이제!

 

드라이제 : ………….

 

 

스파이가 나이프를 던지려 한 순간──

메마른 총성이 울리고, 남자의 두부에 바람 구멍이 뚫렸다.

 

 

에르메 : 배신자에겐, 죽음 뿐.

……그렇지? 드라이제.

 

 

힘이 빠진 스파이의 손에서 짤그랑 소리를 내며 나이프가 떨어졌다.

과거에는 스스로 충성을 맹세했던 부하가 흘린 피가, 드라이제의 뺨을 더럽혔다.

 

 

에르메 : 뉘른베르크 습격도, 그가 계획한 걸지도 몰라.

지원이 오기 전의 틈을 노려서…….

조금 더 정보를 캐낸 뒤에 처리하면 좋았을걸.

하지만……특별사령관의 위기였으니, 어쩔 수 없지.

 

드라이제 : …………

 

에르메 : 그럼. 그의 소지품은 전부 검사해서,

얼마나 정보를 흘렸는지 자세히 조사하도록 하지.

사체도 꼼꼼히 조사한 후에 처분하도록.

 

병사들 : Jawohl!

 

에르메 : 모레 작전에 대해서도 조금 변경이 필요하겠네.

하지만, 작전 전에 스파이를 처리해서 다행이야.

이걸로 성공률은 조금라도 올랐을테니.

 

드라이제 : ………….

항상……준비를……승리를…….

 

에르메 : 드라이제?

 

라이크 투 : 응……? 너, 눈이…….

 

 

고개를 숙인 드라이제의 눈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마스터]의 착각이 아니라면……

살짝,  붉은빛을 띠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드라이제 : 완벽한……해야만…….

 

마스터 : 드라이제 특별사령관!

 

드라이제 : 읏……!

 

라이크 투 : 너, 아까부터 이상하다고.

괜찮냐?

 

드라이제 : ……문제없다.

잠시 생각을 했던 것 뿐이다.

나는 보고서를 정리하고, 작전을 재검토하지.

뒷처리를 해 둬라.

 

에르메 : ………….

 

 

떠나는 드라이제와 스쳐지나간 순간,

에르메가 살짝 미소를 띠었다.

 

 

라이크 투 : 너……왜 웃고 있는 거야.

 

에르메 : 아니……조금, 기대돼서.

저 엄격하고 충실한 군인 드라이제가, 언제까지 자신을 유지할지…….

그의 마음 속 깊숙한 곳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의 눈이……심홍으로 물드는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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