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케빈의 편지

 

무라타 : ……아아, 이것이로군.

 

아리사카 : ……케빈 페이퍼…….

1951년 서거…….

 

 

세상을 뜬 학교관계자들의 이름을 새긴 메모리얼 월.

필크레바트 연합 사관학교가 되기 전의 조금 연식이 있는 돌 부분에 그 이름이 있었다.

 

 

아리사카 : ……케빈은 젊은 나이에 죽었구나.

아리사카는……케빈의 소원을 이루어주고 싶었어.

케빈은 아리사카의 친구니까.

 

무라타 : 음.

……그렇다면 이루어주도록 하세.

 

아리사카 : ……어떻게?

에밀리는 죽었어. 편지는 전해줄 수 없어.

 

무라타 : 에밀리 앞에서 읽어주면 되네.

분명, 천국까지 닿을테니.

 

아리사카 : 그런가…….


──그 다음 주.

 

 

다시 외출허가를 제출한 아리사카와 무라타는, 에밀리의 묘지 앞에 섰다.

꽃이 몇 송이 봉헌된 묘석 앞에 서, 아리사카는 봉투를 열였다.

 

 

아리사카 : '……친애하는 에밀리에게'

'사랑하는 에밀리. 잘 지내고 있니?'

'나는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네게 편지를 쓸 수는 있어.

지금은 너를 만나지 못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괴로워'

'에밀리, 너와 겨우살이 아래서 키스한 것이 마치 어제 일 같아.

꿈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몇 번이고 스스로를 꼬집고 있어'

'……에밀리. 네게 꼭 전하고 싶은 게 있어.

나, 케빈 페이퍼는 너를 사랑해.'

'아아, 사실은 편지가 아니라 직접 만나서 전하고 싶어.

병이 나으면, 여기에 적힌 것을 너를 만나 전할게.

그러니, 이 편지를 네가 읽을 일은 없을지도 모르겠네.

'응, 그러길 바라.

스스로 말할 수 있다면, 병환이 좋아졌다는 거니까,

같잖고 부끄러운 부분은 커트하면 되고'

'하지만……만약, 내가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누군가, 신뢰할 수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이 편지를 네게 전하도록 할게.'

'사랑하는 에밀리.

만약 내가 사라져버려도

나를 잊지 않아준다면 기쁠 거야'

'하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중요하고 전하고 싶은 게 있어.

부디, 행복해줘.

네 미소가 계속 끊이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

'나의 사랑하는 에밀리의 인생이 축복으로 가득하기를.'

'또 언젠가 겨우살이 아래에서 너를 만날 수 있기를.

케빈 페이퍼가.'

……사랑을, 담아서…….

 

 

울음이 섞인 떨리는 소리로,

아리사카는 편지를 끝까지 읽었다.

 

 

아리사카 : ……윽, 우읏……!

아아, 윽……으아아……!

아아아아아……!

 

 

눈물샘이 터진 듯이 울기 시작한 아리사카를

무라타는 다정히 안아주었다.

 

 

무라타 : ……그래그래. 착하구나, 아리사카…….

잘 힘내주었구나…….

 

아리사카 : 우우으으……! 케빈……!

에밀리……! 으와아아……!

 

 

그 때, 묘지에 산뜻한 바람이 불었다.

 

 

케빈 : ……이봐이봐, 남의 편지를 소리 내서 읽지 마.

부끄럽잖아!

 

아리사카 : ……읏, 케빈……?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아, 아리사카는 뒤돌아 보았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다만, 상냥한 바람이 겨우살이 가지를 흔들며──

그 아래서 두 마리의 나비가 장난치듯 춤추고 있었다.


아리사카와 무라타는 아무 말 없이 귀로에 접어들었다.

 

 

아리사카 : ………….


케빈 : 지금 마음을 제대로 말로 전해주라고~!

나처럼 직접 만나서 말할 수 없게 되면 큰일이니까!


아리사카 : ……무라타.

 

무라타 : 왜 그러냐, 아리사카야.

 

아리사카 : ……무라타가 외출허가신청서를 찢어버린 것을 아리사카는 너무하다고 생각해.

 

무라타 : 으, 으음…….

 

아리사카 : ……하지만.

무라타가 아리사카를 생각해준다는 것도 알아.

오늘 일도 그래.

아리사카로서는 편지를 읽어준다는 건 생각도 못 했어.

……감사를 표할게.

고마워, 무라타.

 

무라타 : 아리사카……!

 

아리사카 : 그러니, 아리사카는 화해를 하고 싶어.

무라타가 아리사카에게 사과하면 아리사카는 괜찮다고 생각해.

그러면, 다툼은 끝이 날까?

 

무라타 : ……그래, 그 말대로일세.

음, 미안했네!

아리사카야, 이 몸을 용서해주게.

 

아리사카 : ……알았어. '좋아'다.

후후……이걸로 화해, 네.

 

무라타 : ……하아~~~~.

 

 

미소를 띠는 아리사카를 보고,

무라타는 크게 숨을 내쉬고, 힘이 빠졌다.

 

 

아리사카 : ……!?

왜 그래, 무라타. 배가 고픈 건가?

그렇다면, 저 나무에 영양분이 될 것 같은 유충이 많이 있어.

 

무라타 : 아니……안도했더니 힘이 빠져버린 것 뿐일세.

하지만……후후, 화해라.

다투지 않는 것이 제일일지도 모르지만,

화해란 것도 또 좋은 것이로군.

 

아리사카 : 그렇네.

아리사카는 무라타와 다툰 채로는 싫다.

화해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생각해.

 

무라타 : 홋홋호.

그렇구나,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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