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약속

 

아리사카 : 장례식……?

 

무라타 : 그래.

에밀리는……죽은 모양이야.

그 사진은 몇십년 전에 찍은 걸세.

지금의 에밀리는 관 안에서 잠들어 있지.

이미 고인이니까.

 

아리사카 : 이 노인이 에밀리인 건가……?

그리고……죽었, 다고……?

피도 나지 않았고, 어디도 부서지지 않았는데 죽은 건가?

그녀는 잠든 것처럼 보여.

이것이 시체라고는, 아리사카는 생각할 수 없어.

 

무라타 : ……아리사카야.

이것은 관, 사체를 담아두는 상여지.

확실히……우리가 아는 사체와는 다르구나.

하지만, 에밀리는 황천으로 떠난 걸세.

따라서, 고인을 아는 자들이 모여, 이렇게 이별을 고하고 있지.

……이것이 평화로운 세상의, 평온한 죽음의 형태일세.

 

아리사카: ……하지만……그렇다면, 케빈은……?

케빈이 말했어.

에밀리는 케빈과 비슷한 나이의 소녀라고.

 

무라타 : ……이걸 보렴.

 

 

무라타가 꺼낸 것은 한 권의 연감이었다

 

 

무라타 : 이건 필크레바트 사관학교가 되기 훨씬 전──

세계제통치 시대보다도 훨씬 전에 있던 학교의 것인 것 같더군.

교사는 바뀌었지만, 역사의 일부로써 도서관에 남아 있었네.

……아리사카가 아는 케빈은, 이 자가 아닌가?

 

아리사카 : 그래, 이게 케빈이다.

 

 

무라타가 가르킨 곳에는 단체 사진과 별도로 얼굴 사진이 찍혀 있는

한 명의 남학생이 있었다.

연감의 페이지를 넘겨보니, 케빈 페이퍼를 추억하는 추모 페이지가 있었다.

 

 

무라타 : 그는 재학 중 병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고 적혀 있네.

1950년의 일이지.

 

아리사카 : ……하지만, 아리사카는 케빈과 대화했어.

몇 번이고 대화했어. 그건……?

 

무라타 : ……이 몸은 제 2 의무실에서 아리사카가 케빈과 대화하고 있는 걸 봤네.


아리사카 : 아리사카는 지금부터 외출허가를 받아 올게.

토요일에는 에밀리에게 편지를 전해주게 되겠지.

 

아리사카 : ………….

 

아리사카 :무라타와 외출할 예정은 없어.

 

아리사카 : ………….

 

아리사카 : 케빈은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어.

아리사카는 케빈을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무라타 :  ……!


무라타 : ……하지만, 그곳엔 아리사카 혼자밖에 없었네.

 

아리사카 : ……읏.

 

무라타 : 아리사카가 대화했던 건 케빈의 사념같은 것이겠지.

에밀리라고 하는 소녀를 연모하였으나, 편지를 전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회한…….

그런 무념의 마음이 생전의 모습을 띠고──

 

아리사카 : ……말, 이다.

거짓말이다. 무라타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

 

 

아리사카는 그곳에서 뛰쳐나갔다.

에밀리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차례차례로 들어오는 그 사이를 달려나갔다.

 

 

무라타 : 아리사카…….


사관학교로 돌아온 아리사카는 서둘러 제 2 의무실로 향했다.

 

 

아리사카 : ……케빈!

케빈, 어딨어?

아리사카는 에밀리를 찾지 못했어.

그 지도가 이상해서……!

………….

케빈……?

 

 

제 2 의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케빈이 있었던 침대는 텅 비어있었다.

 

 

학교의 : 왜 그래? 그렇게 소란스럽게.

 

아리사카 : 여기에 있던 친구가 없어.

이 침대에 케빈이 있었을텐데…….

 

학교의 : 여기에……?

제 2 의무실은 대합실로만 쓰고 있어.

 

아리사카 : ……그럴 수가.

 

무라타 : 하아, 하아, 아리사카……!

……후우. 드디어 따라잡았네.

 

아리사카 : ………….

 

무라타 : 아리사카 ……진실을 알았구나.

모처럼 친구가 생겨 기뻐하던 아리사카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네…….

편지를 전해주면, 케빈은 만족하고 사라져버릴 위험이 있었지.

 

아리사카 : ……무라타는 알고 있으면서……아리사카에게 말하지 않았어…….

 

무라타 : 음……. 하지만……이렇게 된 이상,

나도 협력했으면 좋았을 거라 후회하고 있지.

미안하네, 아리사카.

 

아리사카 : ……읏!

 

 

아리사카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

 

 

아리사카 : ……읏, 처음으로 생긴, 친구였어.

첫 친구와의, 약속이었어…….

 

 

무라타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아리사카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무라타 : ……음.

친구와의 비밀 약속은 가슴이 뛰는 것이지.

 

아리사카 : 그런데……아리사카는……약속을 지키지 못했어.

늦어버렸어……편지, 를, 반드시…….

반드시, 편지를 전해주겠다고, 케빈과 약속했어…….

아리사카는……, 아리사카는……약속했어……!

 

무라타 : ……아리사카.

아리사카는 잘못하지 않았어.

아리사카는 열심히 노력했지.

 

아리사카 : ……읏, 하지만, 아리사카는……!

 

 

아리사카의 오열이, 제 2 의무실에 조용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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