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영국 형제의 어느 휴일

 

엔필드 : 셀프 라이징 플라워랑 클로티드 크림, 그리고 트라이플용 베리랑 홍차 추가…….

응. 식료품은 이걸로 다네.

아, 그래.

[마스터] 씨의 노트가 슬슬 다 써가니까, 보충해 놔야지.

스나이더, 잠깐 장바구니 좀 들어줄래?

 

스나이더 : ……이봐, 엔필드.

내 힘이 필요하다고 해서 와 줬더니, 뭘 하는 거지?

물건 모으기따위에 흥미 없다.

싸우지 않을 거라면, 난 돌아간다.

 

엔필드 : 잠깐……! 기다려, 스나이더.

장보기는 아직 안 끝났어!

 

스나이더 : 몰라.

짐꾼이 필요하다면, 근방의 잔챙이를 써라.

 

엔필드 : 잔챙이라니……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그리고, 너도 가끔은 싸움 외의 일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부른 거니까!

 

스나이더 : 나는 총이다. 싸움 외에 뭘 하란 말이지?

 

엔필드 : 그러니까 기다리래도!

하아…….

우리들은 그냥 총이 아니라, '귀총사'라고?

싸움 외에도, 교양을 쌓거나 고귀함을 갈고닦거나……

할 일은 많이 있어.

자, 거리에 뭔가 신경쓰이는 것 같은 건 없어?

 

스나이더 : 없다.

 

엔필드 : 적어도 보고 나서 말해 줘! 하아아…….

 

 

깊은 한숨을 쉰 엔필드는,

마음을 다잡고 주변을 둘러보다, 어느 가게에 시선이 머물렀다.

 

 

엔필드 : 앗! 행운 키링이래.

보러 가자, 스나이더! 자, 이쪽이야!

 

스나이더 : ……! 이봐…….


엔필드가 팔을 잡고 이끌어, 스나이더도 마지못해 가게에 들어갔다.

그곳은 다양한 소품들이 구석구석 놓여있는 잡화점이었다.

행운 키링 코너에는 말굽에 네잎클로버, 포도에 장미, 실타래, 올빼미 등,

다양한 모티브의 은제 키링이 놓여 있엇다.

 

 

엔필드 :우와아…… 모두 잘 만들어졌네.

 

스나이더 : 시시한 완구로군.

 

엔필드 : 시시하지 않아!

은은 예전부터 액막이 효과가 있다고 하고, 모티브에도 제각각 의미가 있다고 해.

그리고……전에 할머니께 받았던 펜듈럼에는 굉장한 힘이 있었잖아…….

 

스나이더 : ……확실히, 그랬었지.

그건 꽤 유쾌했다.

 

엔필드 : 유쾌가 아니라니까……!

너를 조금이라도 개심시키고 싶었던 것 뿐인데 베르가 씨에게 최면이 걸려서, 그런 일이 되다니…….

그 참사 때문인지 포박 작전 도중부터 크리스마스 쯤의 기억도 없단 말이지…….

 

스나이더 : ……그런가. 넌 기억 못했었지.

 

엔필드 : 에엣……!? 뭐야, 그 표정은…….

혹시 나, 쇼크가 너무 커서 뭔가 이상한 짓이라도……!?

 

스나이더 : 넌 '이럴 때 절대비도의 힘이 있었더라면'이라면서 울부짖었다고.

 

엔필드 : 그건 절대로 거짓말이야!

정말이지……절대비도니 개조니, 너는 금방 그런 말을 한다니까.

그런 스나이더에게 좋을 것 같은 키링은…….

헤에……그렇구나……!

흠흠…….

 

스나이더 : ………….

 

 

각 모티브가 가진 의미와 유래의 설명서를 보며,

엔필드는 스나이더용 키링을 구입했다.


엔필드 : 자. 이걸 너한테 줄게.

 

스나이더 : ……뭐야. 완구 열쇠인가.

 

엔필드 : 완구가 아니라 키링이야.

열쇠 모티브는 '행운의 문을 연다'는 의미가 있대.

이 행운 키링으로 행운과 절대고귀의 문을 오픈!

그리고 절대비도의 문은 엄중히 록! 봉인! 알겠지?

 

 

엔필드는 스나이더의 손을 잡아 키링을 쥐어주었다.

하지만, 스나이더는 곧바로 그것을 휙 던져버렸다.

 

 

스나이더 : 필요 없어.

 

엔필드 : 이 녀석! 키링을 버리는 거 아냐!

 

스나이더 : 난 싸우러 간다. 그럼 이만.

 

엔필드 : 앗! 기다려, 스나이더!

 

 

엔필드가 키링을 줍는 사이에

스나이더의 모습은 인파 속으로 사라져갔다.

 

 

엔필드 : 대영제국의 긍지 높은 고총의 귀총사로서, 우리들은 고귀하게 싸워야만 해.

누구보다도──긍지 높게, 고귀하게…….

넌 바로 내 동생인데…….

왜 몰라주는 거야……스나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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