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야전병원

 

 

카를 : 흠, 이 거즈를 세탁하면 되는 거지.

맡겨 줘.

 

펜실베니아 : 나는 물을 더 끓여 올게.

 

간호사 : 당신 눈치 빠르네.

거기 둘, 환자를 움직일 테니까 도와줘!

 

막스 : 알았어……!

 

그라스 : 정말이지, 왜 도와주게 된 거야……!

 

간호사 : 입보다 손을 움직여!

사람도 물자도 부족해!

 

부상병 : 크으윽!!

 

 

격한 신음 소리에 막스네가 뒤를 돌아보자,

수건을 깨문 부상병이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간호사 : 마취제가 없어…….

하지만, 저렇게 할 수밖에…….

 

막스 : 심하군…….

 

 

태풍처럼 분주한 시간이 지나고,

실려온 부상병의 처치가 일단락되었다.

 

 

카를 : ……후우, 드디어 진정하고 상황을 정리할 수 있겠군.

 

막스 : 이봐, 이 주변은 대규모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 같아.

그런 얘기 들었어?

 

카를 : 그것 말인데─……이걸 봐 줘.

 

펜실베니아 :아까 그 부상병의 카르테인가.

기욤 바르비에, 22세. 출신은 프랑스의──

 

카를 : 거기가 아니라, 여기.

 

 

카를은 오른손에 있는 날짜란을 가리켰다.

 

 

막스 : 입원일……1885년 2월 28일…….

아니……1885년!?

 

카를 : 그래. 여기에 적혀있는 게 사실이라면…….

놀랍게도, 우리는 1885년에 있는 것 같다.

 

막스&펜실베니아 : …………!!

 

카를 : 군복도 현대의 것과는 다르군.

그도 현역으로 쓰이고 있을 리가 없는 총을 가지고 있었어.

 

그라스 : ……이 흐름에서 말하는 건 짜증나지만,

기욤 바르비에가 가지고 있는 총은, 나다.

재수없는 patrie의 문자는 새겨지지 않은 것 같지만…….

하지만, 그렇다면 틀림없어.

믿기 힘들지만……여긴, 동아시아. 과거의 전장이다.

 

카를 : 우리는 현대의 영국에서, 프랑스에 의한 식민지전쟁 중인 1885년에 타입슬립했다──

는 거로군.

 

막스 : 하, 하아아아!? 말도 안 돼……!

그렇다는 건, 마스터는?

어떻게 마스터에게 돌아가면 되는 거야!?

마스터를 만날 수 없어, 어떻게 하면 돼!?

 

카를 : 자자, 진정하도록.

 

막스 : 진정할 수 있겠냐!

 

카를 : 초조해해봤자 별 수 없으니, 흐름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어.

갑자기 여기 왔으니, 돌아갈 때도 갑작스러울지도 모른다고?

 

막스 : 갑작스럽다니! 그럼 언제인데!?

 

펜실베니아 : 타임슬립에서 돌아간 얘기도 많이 있어.

남자가 짐승을 사냥하러 숲에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못하고, 3일 후에 발견되었지.

……하지만, 그건 갑옷을 입은 백골이었다.

그는 타임슬립한 시대에서 백골이 되어 돌아왔다고 전해지고 있지…….

 

막스 : 그건 돌아왔다고 할 수 없잖아!!

 

카를 : 하하하. 뭐, 다행히 우리에게는 수명이 없어.

앞으로 120년 정도 무사히 지내면, 마스터를 만날 수 있다고.

 

막스 : 그렇게나 기다리란 말이야!

……아니 하지만, 확실하다면……?

 

펜실베니아 : 정신이 아득해지는 얘기네…….

 

그라스 : ………….

 

막스 : 이봐 그라스, 어디 가는 거야?


기욤 : ……얼른 돌아가야 해……난, 여기서 죽을 수는…….

 

펜실베니아 : ……가위에 눌리는 것 같네.

 

막스 : 그라스, 정말로 당신의 소유주인 거지.

 

그라스 : ……그래.


위생병1 : 심각한 상태야……총상을 입은 후, 응급처치만으로 행군을 계속한 것 같아.

환부에 고름이 생겨 괴사가 시작되었어.

 

위생병2 : 손발 끝은 잘라내면 되지만, 어깨는…….

……애초에 의료물자가 없어서는…….

 

위생병2 : ……솔직히, 손 쓸 길이 없어. 안타까워.

 

간호사 : ……저희들이, 마지막까지 보고 있을 테니……


그라스 : ………….

……그래. 틀림 없어.

내 전 주인이야.

 

카를 : 으음.

그 점은 걸리네─.

타입슬립이란 게 애초에 놀랍지만…….

핀포인트로 네 소유주가 있다.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 없어.

그렇다면 필연이려나.

그라스, 뭔가 짐작가는 점은 없을까.

 

그라스 : 짐작가는 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하아─아! 이왕에 타임슬립 할 거라면,

더 이전의 신나는 시대가 좋았다고.

원하는 걸 마음껏 빼앗는 찬란한 시대다.

이렇게 엉망이 되어……

남은 건 이제, 그저 죽음을 바라보는 것 뿐이라니……최악이야.

 

기욤 : 아……으아아아악!

 

 

가위에 눌리던 기욤이 착란하여, 소리를 질렀다.

 

 

기욤 : 여기서 내보내줘……난, 아직 더 할 수 있어……!

전선에 돌아가서, 또 한 번 화려하게 피어나는 거야!

아직 더 빼앗고 싶어!

 

그라스 : ……무리라니까. 넌 이제 며칠이면──

 

펜실베니아 : 그라스! ……그건 말하면 안 돼.

 

그라스 : ……읏.

 

기욤 : 나는……아직……아직……!

으, 으으,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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