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새장의 비밀3

 

 

샤스포 : 그 때는 단편적으로밖에 상황을 몰랐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마스터의 절실한 부탁을 무시할 수 없었어.

그래서, 그 곳에서 정정하지 않기로 했지.

로시뇰 가와 레자르 가의 사정을 안 후로는 후작이 한 말 뜻을 이해해서, 더더욱 부정할 마음이 사라졌어.

……본의는 아니지만 말이야.

 

그라스 : 헤에. 막 깨어난 참이라고 해도, 유난히 얌전하다 했더니, 그런 거였군.

뭐, 덕분에 나는 살았지만.

 

선택지

  • 샤스포의 사정은 알았는데……
  • 그라스의 행동은 이유를 모르겠어

 

막스 : ……그라스. 당신은 왜 샤스포라고 칭한 거야?

자신을 지칭하는 이름을 어떻게 그렇게 간단히 버릴 수 있지?

긍지가 없는 거냐.

 

그라스 : 긍지……라.

나는 하찮은 긍지보다도, 이 시대의 프랑스에서의 영예를 선택한 거야.

깨어나자마자 파티에 있었던 녀석들의 모습을 보고, 나는 깨달았어.

'현대총은 전혀 환영받지 못하고 있어.

영예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건 고총인 샤스포다'라는 걸 말이지.

그래서 나는 '샤스포'라는 이름을 빼앗았어.

그 뿐이야.

순간적인 판단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내 덕분에 모든 게 잘 됐잖아?

만약 그 곳에서 내가 그라스라고 솔직히 말했다면,

레자르 가 뿐만이 아니라, 중진이 무시당한 리리엔펠트 가도 격노했을 거야.

최악의 경우, 프랑스 정부를 압박해, 로시뇰 가의 후작가 지위를 박탈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 기지 덕분에 어떻게든 레자르 가의 체면을 지켰고,

로시뇰 가는 변명의 기회를 얻었지…….

그리고 나는 그라스 총으로서의 강한 힘과 고총 샤스포로서의 명성, 양쪽을 손에 넣은 거지.

아아, 잘 됐군, 잘 됐어.

 

샤스포 : 샤스포 총의 명성……이라고?

내게 진정한 의미로 명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라스 : 하아? 당연하지.

고총을 유난히 존중하는 프랑스에서, 혁명전쟁에서도 활약했던 샤스포 총이라고.

명성 외에 뭐가 있다는 말이야.

 

샤스포 : 너란 녀석은, 정말로…….

현대총──……

그라스라고 오해받아 사람들에게 기피받으면서도,

마음 속 어딘가에서 안도한 내 마음을, 네가 알겠어?

 

그라스 : 그딴 걸 알 리가 없잖아.

그런 취급을 받고서 어떻게 안도할 수 있는 건데.

 

샤스포 : ……나를 기피하는 이유가 '현대총이라서'라는 이유, 딱 하나 뿐이라서야.

거기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예전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그런 것은 일절 관계 없어.

프랑스를 지키기 위해 태어난 내가

엄청난 수의 파리 사람들을 참살했던──그 불길한 악몽을……!

내 이름과 함께, 떠올리지 않게 되었으니까……!

그라스라고 불리고, 미움을 받는 것조차……

샤스포로서 그 죄를 마주하는 것보다는, 내게는 훨씬 더 편한 길이었어.

 

막스 : ……참살? 죄……?

무슨 얘길 하는 거야?

 

그라스 : ──'피의 일주일

 

막스 : 뭐야, 그건.

 

샤스포 : ………….

 

그라스 : 먼 옛날, 샤스포 총이 현역으로 사용되고 있었을 때의 일이지.

보불전쟁패서 패배한 것이 발단이 되어,

프랑스인들끼리 피로 피를 씻는 듯한 다툼을 하는 처지가 되었어.

그 소동에서 사용되었던 게, 이 녀석, 샤스포 총.

그건 정말 잔인한 상황이었다고 해.

남자건 여자건, 노인이건, 아이건 상관 없어.

엄청나게 많은 사체가 굴러다니고, 세누 강의 물이 피로 물들 정도였다고 하더라.

 

샤스포 : ……윽. 나, 나는……으으──!

 

그라스 : 핫. 실없기는!

역사에 매달려서 뭐가 된다는 거야!

네가 비참하게 생각하는 역사따윈 내겐 아무래도 상관 없어.

확실히 목숨을 빼앗은 수단은 총이지만, 총이 제멋대로 사람을 쏘나? 못 쏘잖아.

'인간이' '총을 이용해서' 죽인 거야.

인간이 저지른 일을 미안하게 생각하다니,

정말이지……바보 아냐.

 

샤스포 : 닥쳐!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

……나는, 기억해.

총의 몸이었지만……말 그대로, 배어들어 있어.

사람들이 흘린 피가……그 비명이……!

이 총에……!!

 

 

샤스포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총을 쥐었다.

그 총대에는 희미하게 혈흔같은 얼룩이 배어있었다.

 

 

그라스 : 핫, 시시해.

 

샤스포 : ……네놈!!

 

 

격분한 샤스포가 그라스의 멱살을 잡았다.

 

 

그라스 : ……뭐, 하는 거야!! 놔!!

 

막스 : 그만 둬, 진정해!

 

그라스 : 칫……이 구닥다리 따위가……!

 

샤스포 : 그 이상 입을 열어봐!

내 모든 걸 걸고 널 파괴해 주겠어!!

 

 

막스가 떼어놓아도 샤스포와 그라스는 일촉즉발의 분위기로 서로 계속해서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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