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있는 모든 건 다 더럽다

슬리퍼

수화기

문고리

전철 손잡이

타인이 있는 공간

숨이 막힌다

하지만 숨이 막힐 뿐이고 질식해 죽는 것도 아니다

만지고 싶지 않다면 만지지 않으면 돼

살아가는 데 있어 곤란한 건 아무것도 없다

 

#차 안

【시로타니】
「사장님」
「오늘 예정입니다만──」

 

 

수첩의 메모를 확인하면서, 나──시로타니 타다오미는, 오늘 하루의 예정을 읽어 나갔다

내 직업은 『토사와』의 사장비서다

 

 

쿠라모토 : 「아, 잠깐 기다려 주게」

 

 

사장님은 차를 세우고, 차 밖으로 나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시로타니】
「사장님, 차 조심하세요」


쿠라모토 : 「그 건 말인데──」

 

 

그 때, 차 백미러 너머로 트럭이 보였다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 전화에 푹 빠진 운전수의 얼굴도──

 

 

【시로타니】
「사장님!」


【의사】
「슬개골 골절입니다」
「골절이라고 해도 통상적으로 입원은 필요 없는 정도의 부상이지만──」

 

#병실

【쿠라모토】
「곤란하게 됐군」
「넘어진 것만으로 끝난 게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시로타니】
「내일부터 업무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쿠라모토】
「아─, 일단 통상 업무는 시로타니 군 독단으로 처리해 주게」

 

【시로타니】
「알겠습니다」

 

【쿠라모토】
「다음 주에 있는 교토 전람회는──」

 

【???】
「저어」
「전 그만 가 봐도 될까요?」
「출근을 해야 해서요」

 

【쿠라모토】
「아아, 미안하네. 쿠로세 군 이라고 했나?」
「덕분에 살았네. 정말 고마워」
「꼭 보답을 하고 싶은데」
「연락처를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쿠로세】
「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결국 골절상을 당하시게 했으니까요」
「죄송했습니다」
「그럼 조리 잘 하십시오」

 

【쿠라모토】
「이봐, 이봐!」
「그럴 순 없지」

 

 

그렇게 말하고서 쿠로세 씨는 병실을 나가버렸다

 

 

【쿠라모토】
「쫓아가게!」

 

【시로타니】
「네」
(그냥 내버려 두시지……)


【시로타니】
「기다려 주세요」

 

【쿠로세】
「……」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그를 발견하고, 명함을 내밀었다

 

 

【시로타니】
「토사와라는 회사에서 아까의 쿠라모토 사장의 비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로타니라고 합니다」
「이번 일에 대해 역시 꼭 보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 쪽에서도──」

 

【쿠로세】
「당신 결벽증, 인가요」

 

 

엘리베이터 도착음이, 조용한 병원 복도에 울려 퍼졌다

문이 열렸지만, 쿠로세 씨는 엘리베이터에 타지 않았다

 

 

【쿠로세】
「심한 것 같은데, 혹시 아직이면 의사한테 가보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시로타니】
「어떻게…… 어떻게 처음 만난 당신이 『심하다』는 걸 아는 거죠?」

 

【쿠로세】
「장갑에 조금 피가 베어 있던데, 손을 너무 씻어서 튼 상처가 아닐까 싶어서요」

 

【시로타니】
「이건……, 괜찮습니다. 낫지 않아도」

 

【쿠로세】
「빨리 치료하면 분명──」

 

【시로타니】
「타인인 당신하곤 상관없는 일이야!」

 

【쿠로세】
「……!」

 

【시로타니】
(……아)
(이런……)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쿠로세】
「……」

 

【시로타니】
「──마음이 바뀌면」
「꼭 거기 적혀 있는 번호로 연락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고, 더는 쿠로세 씨와 눈을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쿠로세】
「……」


#시로타니 자택

【시로타니】
(오늘도 드디어 하루가 끝났다)
(한 발만 밖으로 나가면 불쾌한 일로 가득해)

 

 

장갑을 버리고, 바깥의 더러움을 씻어내기 위해, 손을 씻어 소독했다

 

 

【시로타니】
(그래선, 아마 회사로 연락은 오지 않겠지……)
(직접 일과 관련이 없다곤 해도, 처음 본 사람한테 그런 태도를 취한 건 처음이야)

 

 

그건…… 그런 사고를 눈앞에 두고서도, 사장님에게 손을 뻗는 것을 주저하고 말았던 나에 대한 혐오감 때문이다

 

 

【시로타니】
(낫지 않아도 된다는 건 거짓말이 아냐)
(내겐 이게 보통이니까)
(하지만 가끔씩──)
(오늘같은 날은 너무 숨쉬기가 힘들어──)

 

【쿠로세】
「빨리 치료하면 분명──」

 

【시로타니】
(……분명)
(숨쉬기 편해질까──?)
(……이런 식으로 자기혐오에 빠지고 싶지 않아)
(사장님께는 무척 신세를 끼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조차 손을 내밀지 못하다니……)

 

 

낫지 않아도 된다는 건 진심이지만, 만약 그 상황에서 그대로, 라고 생각하니 역시 간담이 서늘해진다

 

 

【시로타니】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싶은 걸까, 사실은)
(좋아하는 옷을 입고, 좋아하는 곳으로 외출하고……)
(그렇게 하면 좀 더, 숨쉬기 편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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