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수조에 비치는 것은

 

그리고 맞이한, 직업체험 마지막 날.

로렌츠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수조 앞에 서서

해양 생물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있었다.

 

 

로렌츠 : 지금까지 고마웠다.

너희들과의 한 때는 좋은 시간이었다.

긴 듯 짧은 시간이었군.

부디, 잘 지내기를.

………….

(Mr.엔필드와 [마스터]가 말했던 에델바이스의 기억은 내 속에는 전혀 없는 것이다)

(왜 내 기억에서 빠져버린 걸까)

(절대고귀가 되지 못해 고민했던 그 때는…….

딱 민간제의 그림자가 내 앞에 나타나기 시작한 그 때다)

(즉……내게 없는 기억은 녀석이 가져간 거다)

(……이걸로 분명해졌군.

내 안에는 민간제 로렌츠의 환영이 살고 있어)

(내가 약해졌을 때 나와, 제멋대로 행동하는 녀석이)

 

??? : ………….

 

 

로렌츠의 머릿속에 환영이 떠올랐다.

이 수족관에서 몇 번이나 보았던, 그 그림자다.

 

 

로렌츠 : (그래……그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던 그 녀석이다)

(녀석은 분명…… 진짜 '레지스탕스의 로렌츠'가 아니야.

우리들은 별개의 총이니까)

(그건 아마……나의 약한 마음이 낳은 것이다)

 

 

로렌츠는 에델바이스 꽃다발을 쥐고, 가슴 앞에 끌어당겼다.

 

 

로렌츠 : (에델바이스의 기억이 없는 나야말로 진짜 나)

(하지만 나는 지금, 카를 님에게서 받은 선물을 들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이 에델바이스 꽃다발이 내가 나라는 증거다)

……이봐. 듣고 있나.

 

??? : ………….

 

로렌츠 : 이제 네 환영은 보지 않아. 여기에 가둬 둘 거다.

 

 

로렌츠는 결의를 다지고, 수조에서 등을 돌렸다.

 

 

??? : "너는 지금, "정답"이야?"

 

로렌츠 : ────!?

 

 

로렌츠는 놀라 뒤돌아 보았다.

하지만, 수조에는 물고기들이 헤험치고 있을 뿐이었다.

 

 

로렌츠 : ………….


──……──!

────……. ……──……!

아이들의 들뜬 목소리, 사람들의 웃는 소리가 멍하니 들려온다.

────……. ………….

목소리는 점점 멀어진다.

깊이, 깊이, 잠긴다…….

 

 

로렌츠 : (……여긴 어둡고, 깊은……정신 속……)

(몸이 꼼짝도 하지 않아. 무거운 족쇄가, 나의 결의가, 녀석을 가라앉힌다……)

(조만간, 누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겠지)

 

 

그 때, 주먹 속에서 에델바이스 꽃이 빛을 발했다.

 

 

로렌츠 : (이건……그 '에델바이스'……?)

(어떻게 된 거지. 이건 나의 결의 그 자체……가 아닌가)

(그 남자는……누구지?)

(족쇄를 찬 것은 물 속에 떨어지는 이건……)

(녀석인가? 아니면, 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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