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화 추억 속에

 

오너의 말에 [마스터] 일행은 할 말을 찾지 못해 침묵했다.

 

 

정원 오너 : 지금 눈 앞에 있는 샤스포 씨가

그 때와는 다른 샤스포 씨라는 것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너무도 '그 샤스포 씨'와 꼭 닮아서,

딸을 잃었던 그 때가, 그와 재회했던 때가 기억나서 동요해버린 거예요.

제가 불편해하는 건 그 샤스포 씨 탓도, 당신 탓도 아니에요.

그러니 신경쓰지 않았으면 하는데……

그렇게 말해도 기분이 좋진 않겠죠.

정말……죄송합니다.

 

샤스포 :……아니……그런 일이 있었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로렌츠 : 그래. 부인의 마음도 이해가 돼.

그리고, 귀총사를 무서워하는 인간은 다수는 아니라고는 하나, 결코 적은 수도 아니니까.

 

커틀러리 : 그……래?

 

로렌츠 : 지금 사회에서 귀총사는 혁명전쟁의 영웅으로 숭상받으며

국가의 상징으로 활약하고 있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하지만, '사람과 닮은 괴물'이라는 인식도 있지.

그래, 예를 들자면 흡혈귀같은 존재다.

 

샤스포 : 그렇군……듣고보니 그렇네.

초현실적인 힘을 쓰고, 큰 부상을 입어도 마스터의 힘이 있다면 즉시 부활하니

무시무시한 괴물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

 

로렌츠 : 그래. 육체가 죽더라도 총만 무사하다면 되살아나는 현상은 인간이 보기엔 이상하고 이질적. 이해불가겠지.

이해할 수 없는 것, 정체를 알 수 없는 강한 힘을 숨기고 있는 것은 공포의 대상이다.

거기다, 세계제부 통치 하에서는 특별간부 현대총 귀총사들이 압정의 한 축을 맡고 있었다.

귀총사라는 존재를 기피하는 인간이 있어도 무리는 아니지.

 

베르가 : 오─.

잘은 모르겠지만, 나도 괴물! 이라고 불렸던 적 있어!

부햐햣.

 

로렌츠 : (그건 총을 난사한 탓 아닌가?

아웃레이저와 착각했다던지……)

 

커틀러리 : 그랬구나…….

나는 무서움받은 적 없으니까, 전혀 몰랐어.

 

정원 오너 : 계속, 귀총사라는 존재가…….

인간과 비슷하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가 무서웠어요.

하지만……저번에 샤스포 씨가 우리 직원을 감싸주었을 때 알았어요.

분명 당신들은 저희들과 완전히 똑같은 생물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육체와 마음을 가지고 있죠.

기쁨이 있다면, 고통도 괴로움도 있고, 사람을 배려하는 다정한 마음도 있죠…….

 

선택지

  • 그 말대로예요.

 

정원 오너 : 딸이 죽은 지 몇 년이나 지나……

지금 이렇게, 당신들 귀총사와 다시 만나서.

드디어, 생각이 변했다는 실감이 들었어요.

설령 차이가 있더라도 '좋은 이웃'인 여러분 귀총사를 소중히 하고 싶어요.

함께, 행복한 것을 소중히 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샤스포 : 오너……!

 

정원 오너 : 샤스포 씨, 당신이 그려준 그림은 딸의 그림과 꼭 닮았어요.

딸이 이 정원을 그려준 것 같아서……기뻤어요.

 

 

오너가 조용히 내민 손을 샤스포가 잡았다.

그 모습을 커틀러리는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몇 시간 후

일동은 팜플렛 제본을 돕고 있었다.

 

 

선택지

  • 커틀러리가 없어……
  • 커틀러리는 어딨지?

 

정원 직원 : 아아, 커틀러리 씨라면 방금 우산을 빌리러 정원으로 나갔어요.

 

로렌츠 : Mr.커틀러리를 찾고 있는 건가?

Mr.샤스포는 색교 확인으로 바쁜 것 같다.

모르모트 1호를 얌전히 견학시키는 것도 어려워졌으니, 우리도 동행하지.


커틀러리 : ………….

 

 

커틀러리는 정원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멍하니 달팽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택지

  • 커틀러리!
  • 여기 있었구나

 

커틀러리 : …………[마스터].

저번 밤에 기숙사에서 말했던 거, 기억해……?

네가 내 마스터가 아니게 될 때에는 부수어 달라고 부탁했더니, 너는 싫다고 했잖아.

그건, 어째서야……?

 

마스터 : 소중한 커틀러리를 부술 수 없고

나를 기억해주길 바라니까.

 

커틀러리 : 내가,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베르가 : 오─, 그런 거구나!

 

커틀러리 : 엣? 베르가는 알아?

 

베르가 : 같이 부서지는 것도 좋지만,

부서지지 않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내 펫은 내가 기억해주지 않으면

이름도, 어떤 녀석이었는지도, 아무도 모르니까.

죽어서 박제도 못 하고 사라져버려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거 같잖아.

하지만, 내가 기억하면, 머리속의 박제랄까?

완전히 사라져버린 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

엔젤 1호도 빙글빙글네도.

 

로렌츠 : 좋은 말을 하는군, 모르모트 1호.

Mr.커틀러리. 가치 있는 '물건'이라는 건

수많은 인간의 손을 거쳐, 세대를 넘어서 이어지는 것이잖아?

그 속에, 역대 주인을 포함해 그 물건의 내역은 주인에게서 주인으로 전해 내려가지.

그건, 물건만이 아닌 '기억'의 계승이기도 하다.

가령 미래에 Mr.커틀러리가 [마스터]의 손을 떠나더라도

네가 [마스터]를 계속 기억하고 있다면──

네가 애기를 들려준 사람들 속에도 [마스터]가 새겨져,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커틀러리 : 기억 속에…….

 

선택지

  • 그러니까, 소중히 하자
  • 많은 추억을 만들자

 

커틀러리 : 응…….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고, 바람이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우중충한 구름이 점점 줄고, 하늘이 밝아지면서 비가 그쳤다.

 

 

커틀러리 : 아, 무지개다…….

 

마스터 : 만약에 내가 사라지더라도, 괜찮아.

 

선택지

  • 커틀러리가 나를 기억해 줘
  • 기억 속에서는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

 

커틀러리 : ……[마스터]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나, 아직 굉장히 무서워.

하지만……알았어.

미래를 무서워해서 현재를 소중히 하지 않는 건 안 되지.

모두와 함께 무지개를 본 것, 나 잊지 않을 거야.

 

로렌츠 : 그럼, 슬슬 돌아가도록 하지.

아직 일이 남아있으니까.

 

커틀러리 : 응.

(현재를 소중히, 지)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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