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화 오너의 과거
──며칠 후
샤스포 : 이게 팜플렛의 원고야.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대응할테니까, 확인해줄 수 있을까.
커틀러리 : 다양한 사람들에게 협력을 받은 덕분에
꽤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데……어때?
정원 직원 1 : 오오……훌륭해!
오너에게도 확인을 받은 후에, 곧바로 인쇄 작업에 들어가고 싶어요!
오너가 여러분들께 직접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나중에 잠시 시간을 내 주실 수 있을가요?
샤스포 : ……!
그래…… 난 상관 없어.
그 후, 베르가와 로렌츠도 합류해, 일동은 오너의 방을 찾았다.
정원 오너 : 여러분, 멋진 팜플렛을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몸을 던쳐 직원을 지켜주셨죠.
원내 설비와 비품을 신속히 점검하여,
그같은 사고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힘쓰겠습니다.
커틀러리 : 수국화 페스타로 손님이 늘어서
좀 더 운영이 편해진다면 좋겠네요.
정원 오너 : 네. 그러길 바라마지 않죠.
갑작스런 부탁에, 원의 관리 부족으로 인해 부상까지 입었는데, 마지막까지 협력해 주신 것……
어떻게 보답을 해야 좋을지.
샤스포 : 아뇨, 그림을 부탁받은 건 신선해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미술부와 원예부 학생도 즐겁게 푹 빠졌었으니, 신경쓰지 마세요.
정원 오너 : 감사합니다.
………….
샤스포 : (손이, 떨리고 있어……?)
……마담.
기분이 상하신다면 죄송하지만…….
혹시, 저를……
저뿐만이 아니라, 귀총사를 두렵다고 생각하시나요?
정원 오너 : ……!
커틀러리 : 엣……?
베르가 : 으엉? 아─, 그러고보니 그런 녀석도 있던가.
인간이 아닌데 인간 같아 보이니까 쪼는 거.
베르가의 말에 오너는 파랗게 질렸지만
이윽고 결심한듯, 작게 끄덕였다.
정원 오너 : ……죄송합니다.
당신들의 말대로……
저는 분명, 귀총사를 조금 무섭다고 생각해요…….
로렌츠 : 흠……너무 속상해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자신과 비슷하지만 다른 이질적인 존재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것은
생물로써 자연스러운 반응 중의 하나잖나.
정원 오너 : 하지만……그것을 들킨 것은 내 부덕의 소치에요.
직원들은 제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최대한 엮이지 않도록 신경써 주었겠죠.
하지만 결국, 제가 잘 숨기지 못하고, 당신들 귀총사에게 들켜 안 좋은 기억을 남겨버려서…….
은인분들께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샤스포 : ………….
또 한 가지, 말해 주셨으면 합니다.
당신이 귀총사를 꺼리는 이유에 '내'가 관계되어 있나요?
정원 오너 : 그건……반쯤은 맞는 말, 이려나.
조금 긴 이야기가 되는데……옛날 얘기를 들어 주시겠어요?
샤스포가 끄덕이는 것을 보고
오너는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정원 오너 : 처음 당신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저는──혁명전쟁 중에 레지스탕스의 귀총사 샤스포와 만난 적이 있으니까.
샤스포 : ……!
정원 오너 : ……제겐 딸이 있었습니다.
샤스포 : (……'있었다'……)
정원 오너 : 딸의 이름은 아나벨이라고 해요.
커틀러리 : 아나벨이라는 건, 저 흰 수국의……?
저원 오너 : 네. 저 꽃처럼 상냥하고, 진지하고 사랑스러운 딸.
정말로 귀여운 아이였어요…….
──혁명전쟁 때, 제 남편은 세계제군에 징병당해서 전지에서 사망했어요.
아나벨 : 이거 봐, 엄마!
잘 하지?
여성 : 어머, 멋져라!
아나벨은 정말 꽃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하는구나.
당시의 저는 원예일을 하고 있어서,
가게 앞에 자그마한 정원을 만들어 딸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아나벨만이 어두운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희망이었어요.
하지만 그런 어느 날……레지스탕스 사냥이라는 명목으로 마을에 세계제군의 습격이 있었어요.
세계제군 병사 1 : 레지스탕스 인간은 전부 죽여라!
세계제군 병사 2 :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자나, 우리들을 방해하는 자도 전부 처벌한다!
마을 주민 1 : 그만 둬……!
우리들은 아무 짓도 안 했어!
마을 주민 2 : 모두들, 도망가자!
주민들은 도망치려 우왕좌왕하고, 마을은 패닉에 빠졌다.
학교에서 서둘러 가족의 곁으로 돌아온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 중에 아나벨의 모습은 없었다.
나는 반쯤 미쳐 돌아오는 길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어딘가로 피난했을 것이 분명한 아나벨을 찾아 온 거리를 뛰어다녔다.
세계제군의 철수를 기다렸다가 찾지 않았던 곳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럼에도 아나벨을 찾을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며 희미한 기대를 가슴에 품고, 반쯤 무너진 집으로 돌아간 나는
학교에도 공격이 가해졌다는 것을 근처 사람에게 듣고 절망했다.
여성 : 아나벨……!
??? : 당신은……이 아이의 모친인가요?
여성 : 엣……?
그곳에 있던 것은 원래 푸른색인 것 같은 옷이
피와 흙먼지로 굉장히 거뭇하게 더러워진 청년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심각한 부상은 걸을 수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상태였다.
그리고 그 등에 업고 있는 작은 몸은 손발이 축 늘어져 꼼짝도 하지 않았다.
청년 : 아가씨는 이쪽에…….
이름은 아나벨이고, 집은 연지색 지붕이라고 가르쳐줬어.
여성 : ……!
아나벨……!?
내 전신에서 피가 마르는 기분이 들었다.
그의 말로는, 세계제군의 일부 병사가 학교에 폭탄을 던졌다는 것 같다.
그는 근처에 있던 아나벨을 곧바로 감싸주었다.
그 결과, 그도 빈사의 중상을 입게 되었고, 아나벨도 즉사는 피했지만……
치명상은 피할 수 없었다.
청년 :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
아나벨을 침대에 살며시 눕혀준 후, 그렇게 말한 그가 옅은 금빛에 휩싸였다.
공기에 녹아내리듯 몸이 사라지고, 총이 툭 떨어졌다.
여성 : 힉……!?
(어, 어째서 사라진 거지……?)
아나벨 : 엄……마…….
여성 : ……! 아나벨……!
괜찮아, 엄마 여기 있어!
아나벨 : 사랑, 해…….
딸은 마지막으로 그 말만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났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총과 딸의 유체 앞에서 쓰러져 울었다.
──그 후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총으로 돌아간 그를 레지스탕스의 청년이 찾으러 왔다.
거기서, 나는 그의 이름이 '샤스포'이고 귀총사라는 것을 알았다.
총으로 돌아간 그와는 이제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나는 마을에서, 그와 꼭 닮은 사람을 발견했다.
더욱 놀랍게도, 그는 나를 보더니 눈을 휘둥그레 뜨고 내게 달려왔다.
그리고 힘이 부족해 아나벨을 구해주지 못한 것을 다시 사죄했다.
나는, 어떻게 대답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는 틀림없이, 그 날 눈 앞에서 총으로 돌아가서 죽었다고 생각했던 '샤스포' 그 자체였다.
그 충격이 컸다.
──그가 떠난 후, 내게는 복잡한 마음이 남았다.
그에 대한 은의와, 귀총사라는 존재에 대한 수수께끼의 공포감,
그것들이 뒤죽박죽 섞여흐려진 감정이…….
정원 오너 : 귀총사는 총으로 돌아가 죽은 것처럼 보여도 다시 깨울 수 있다는 걸……
난 그 때 처음 알았어요.
그가 감싸준 덕분에 아나벨은 마지막에 집으로 돌아왔고, 제 품 속에서……
살짝 미소짓고는, 숨을 거두었죠.
그래서 저는 샤스포 씨에게는 굉장히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회했을 때에 공포를 느꼈던 것도 사실이라…….
눈 앞에서 사라졌던 그가 상처 하나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있었는걸요.
사람처럼 보여도, 다른 존재라 생각하니,
어쩌면 좋을지 모르게 되었다고 할까…….
……죄송합니다.
결국, 변명같은 말만 해버렸네요.
샤스포 : ……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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