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어느 날에 보내는 장송가
──연합군 독일군 지부, 자료창고.
에르메는 동서 독일 전투 역사 자료를 다시 보고 있었다.
화학병기를사용한 작전은 물론, 실행된 기록같은 건 없었고,
극비였던 탓인지, 작전의 존재를 나타내는 자료도 없었다.
에르메 : ……그렇구나.
드라이제 : 에르메?
왜 그러지. 별일이군, 뭔가 조사 중인가?
에르메 : 조금.
……잠시, 어울려 주겠어?
드라이제 : 음……?
에르메와 드라이제는 군용차에 타고 베를린에 왔다.
에르메 : 여기다……보른홀머 거리.
드라이제 : 베를린 장벽의 터로군.
에르메 : 그래……내 주인이 죽었던 곳이야.
동독 시민을 휘말리게 하는 작전을 명령받았었지.
……그랬는데, 그걸 수행하지 않고, 여기서 숨이 다했어.
에르메는 가져 온 작은 꽃다발을,
에메리히가 쓰러졌던 곳에 바쳤다.
드라이제 : …………
에르메 : 왜 그래, 묘한 표정을 하고서.
드라이제 : 아니, 조금 놀랐다.
너는 지금껏 주인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았으니까.
……무슨 심경의 변화지?
에르메 : ……새로운 나와 만났으니까.
이 꽃도 감사의 증표……려나.
드라이제 : 음……그렇다면, 난 새로운 에르메와 있는 건가.
에르메 : 그래. 아까 너도 그랬잖아.
"무슨 심경의 변화지?" 라고.
드라이제 : 뭐, 확실히…….
하지만 새로운 에르메는 어떤 에르메지?
에르메 : 기대해 둬.
드라이제 : ……조금, 불안하군.
에르메 : 후후후.
그라스는 방에서 잠자코 총을 손질하고 있었다.
새겨진 patrie의 상처를 소중하게 닦았다.
타바티에르 : ……이봐이봐! 별일이네.
네가 그렇게 열심히 손질을 하다니.
그라스 : 내 총은 소중히 대해져 왔으니,
나도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타바티에르 : 헤에?
그라스 : 지금껏, 이 상처를 갑갑하다고 생각해 왔어.
하지만, 아니었어. 이 상처는──……
타바티에르 : ……그 상처는?
그라스 : 왜 너한테 말해줘야 하는데.
타바티에르 : 말하는 분위기였잖아!
그라스 : 내 매력은 상처같은 걸로 흠이 생기지 않아.
오히려, 이건 사랑의 증표니까, 매력 업이란 거지.
타바티에르 : ……뭐, 네가 좋다면 뭐든 괜찮아.
그라스 : 흐흥.
에르메 : 전 주인?
……사적인 감정에 휩쓸려, 냉철하지 못했던 어리석은 자야.
정말이지, 군인으로서는 삼류 이하야.
……괜찮아, 감정이 있어도 괜찮아.
에르메 : ……?
그라스 : ……이 흉한 상처.
자아도취에 빠져, 내 총에 이딴 걸!
상처가 있어도,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바로 곁에 있잖아?
그라스 : ……뭐야?
──고마워.
그리고, 안녕…….
장송곡을 선물할게.
과거의 사랑받아 마땅한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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