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돈이 필요해!
──11월 어느 날의 사관학교.
하치큐 : 음…… 무라타가 고구마랑 찻잎……후카무시랑 줄기차?
아리사카가 야키소바빵이랑 토란 데니쉬고, 킨하치로 먹이도 있나.
……아니, 영국에 있는 사관학교라고!?
세세하게 분류된 찻잎같은게 있을 리 없고!
야키소바빵이랑 토란 데니쉬도 없고!!!
아─……젠장.
일단 달달한 빵이랑 고구마를 사 둘까.
차는……나중에 밖에서 찾을 수 밖에 없겠네.
매점 아저씨 : 고구마 6개랑 빵 4개, 금붕어 먹이 하나 해서 3000UC야.
하치큐 : 네…….
(하아…… 나, 영국까지 와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무라타 빵셔틀에, 그 녀석들이 멋대로 키우기 시작한 금붕어 돌보기,
갑자기 방에 들어오는 아리사카…… 맘 놓고 게임도 못 해)
(반항하기도 무섭고 땡땡이치기에도 나중이 무섭고……
돈은 받았으니까 그나마 낫지만……)
하치큐 : 하아아─, 내 총생 진심 빡세…….
빵셔틀이나 하려고 소총에 응한 건 아니라고!
그보다 그 녀석들…… 특히 무라타!
확실히 선배긴 하고, 역사도 비교할 바가 못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너무 깝죽거리는거 야냐??
……아니, 원래 세계제의 총이기도 하니,
고문같은 걸 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완전 괜찮은 대우인가……?
하치큐가 자문자답을 하며 투덜투덜 혼잣말을 하면서 기숙사로 향하던 그 때였다.
달콤한 빵냄새에 이끌린 것인지 벌이 달려들었다.
하치큐 : 우옷! 이봐, 그만둬!
잠깐, 이쪽으로 오지 말라니까……!
벌에 쫓긴 하치큐는 교내를 도망다니다──
하치큐 : 헉……하아……
드디어 없어졌나…….
……윽, 우오와아아!?
발이 꼬여서 운동장 한구석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하치큐 : ……아─……!
……아파라……젠장…….
최악이야…… 오늘은 진짜 운이 안 좋아…….
의욕이란 의욕은 다 날아갔어…….
여긴 어디지……? 교사 뒤편인가?
하치큐가 주변을 돌아보자, 아무래도 연인인듯한 사관후보생 남녀가 나무그늘 아래서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학생 : 사랑해, 허니♥
여학생 : 나도야, 달링♥ 쪽♥
하치큐 : ………….
하치큐 : 하아아…….
…………나, 뭘 하는 건지.
앞으로도 계속 빵셔틀 생활인건가……?
아니, 나는 이런 생활을 바라지 않았을 거야.
아─…… 5000조엔 갖고 싶다.
……진지하게 말하면 3000만이나……아니, 1000만이라도 충분해.
그 정도 있으면 독립할 수 있지, 응.
불로소득으로 수백만, 뿅하고 나타나지 않으려나…….
덤으로 비과세면 최고.
짓테 : 하아…….
──런던 근교에 생긴 아시아 마을 신사에서 분재 시장이 열린다는 소문을 들은 짓테는, 휴일을 이용해 다녀왔다.
짓테 : 오오…… 생각보다 대규모 분재 시장인걸.
고품질의 분재도 많고, 굉장하네!
……아니! 이건……!
짓테는 어느 분재에 시선을 빼앗겨,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짓테 : 나무가 지낸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깊이가 있으면서도,
보들보들한 나무껍질……가지는 싱싱하게 뻗어있고,
멋지게 정리되어있어…… 명백히 격이 다르다……!
출전자 : 오오……, 당신, 이 녀석의 가치를 아는 사람인가.
짓테 : 알지, 알다마다……!
아니, 이 분재를 보면 모를 수가 없지!
웅대하고 강인하고 원숙한 자연의 정취가 응축된 것 같은 정말 멋진 분재다…….
생명력이 넘치는 줄기에, 가지치기의 배치도 훌륭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질 않는군!
거기다, 무엇보다도…… 이 소나무를 따라,
내 고향의 그리운 풍경이 보이는 것 같아!
출전자 : 핫핫하.
그렇게 이 소나무를 마음에 들어해주다니 기쁘구만.
짓테 : 나야말로, 이렇게 마음이 끌리는 분재를 볼 수 있어서 행운이다!
그런데, 분재 시장에 출품되었다는 건……?
출전자 : 그래. 나도 나이를 먹어서.
이 분재를 지키고, 멋지게 이어받아줄 흠잡을 데 없는 구매자를 찾고 싶어서 말이야.
짓테 : 그, 그렇다면 부디 내가……!
출전자 : 이런. 판매하는 거지만, 아무나 살 수 있는 건 아냐.
수령은 300년을 넘었고 에도 시대 때부터 계속해서 관리해 왔고,
할아버지가 영국으로 건너와서도 놓지 못하고 이어져왔던 명품이지.
어떠한 때에도 이 녀석을 지킬 수 있는 기백과 경제력을 가진 상대가 아니면…….
그렇군, 대금으로 1000만엔을 척 하고 낼 수 있는 정도.
짓테 : 천……
천만♪ 천만♪ 천──
크학!
짓테 : 음…… 몇 번이고 생각해 봤는데……
1000만엔……1000만엔은 좀, 다 못 벌어……
짓테&하치큐 : 하아…….
짓테 : 어라, 하치큐 군.
한숨을 쉬다니 무슨 일이야?
하치큐 : 아니 너야말로.
짓테 : 하하…… 꼭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어서.
마음대로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하치큐 : 아─…… 있지, 그런 일.
나도 그래. 휴일 정도는 느긋하게 게임 삼매경에 빠지고 싶은데 좀처럼 그렇게 되질 않아서.
짓테 : 하치큐 군은 항상 이래저래 바쁘게 지내는 것 같으니.
연말도 조금씩 가까워져서, 이래저래 어수선해질 것 같아서 괜히 더 힘들어.
하치큐 : 그렇단 말이지…….
짓테&하치큐 : 하아…….
돈이 필요해. 돈 좀 떨어지지 않으려나…….
……으응??
짓테 : 하치큐 군도 돈이 필요한 거야?
하치큐 : 아─……뭐, 그렇지.
짓테는 뭔가 사고 싶은 거라도 있는 거야?
짓테 : 실은, 첫눈에 반한 분재가 있는데…….
1000엔을 척 하고 낼 수 있을 정도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해서 말이야.
하치큐 군은 뭘 가지고 싶은데?
하치큐 : 내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뭐가 가지고 싶다는 것보다는……
뭐랄까, 미래의 나를 위한 대비책이 필요해.
빈자소인의 반대라고나 할까. 뭔지 알겠어?
짓테 : 그렇군.
음, 앞세울 것이 있다면 무엇을 하든 시작하기 쉽지.
그곳에서 분재를 맞이하는 것도 가능했겠지…….
하치큐 : 그래…… 돈이 있으면 과금이 필수인 레어 장비도 무섭지 않아.
귀찮은 부분은 사람을 고용해서 수업중에 해달라고 하면 되고.
무엇보다, 돈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아.
짓테 : 하지만, 우리는 평소 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의식주를 보장받고 있으니까 말야.
거기에 더해 큰 돈을 달라고 할 수는 없지.
하치큐 : 직업체험으로 여분을 벌기는 하지만, 큰 돈은 아니니까 말이야.
귀총사인데다, 사관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규칙도 적용되는 모양이고,
좀처럼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든 것도 힘들어.
애초에 나는 돈은 갖고 싶지만 일하기는 싫다고.
일시적으로 확 노력해도, 그걸 계속 유지하라는 건 무리.
특히 육체노동같은 건 사양이야.
복권처럼 말이야, 그닥 노력하지 않아도 잊어버릴 때 쯤 큰 돈이 확 들어와서,
계좌를 보고 '우옷, 돈이 솟아난다!'같은 걸 하고 싶다는 말이야.
짓테 : 로망이네 그건.
복권 하나 사 볼까…….
하치큐 : 아니, 하지만 그건 확률이 엄청 낮지.
큰 돈을 들여서 대량으로 구입해도 전부 꽝일 수도 있다고.
짓테 : 음…… 그렇게 되면, 꽝인 복권만 손에 남아서 괜히 더 슬퍼질 것 같네…….
하치큐 : ……아. 그러고보니, 이런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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